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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자 환경부장관 이임사
  • 등록자명
    김진석
  • 부서명
    장관
  • 연락처
    2110-6501
  • 조회수
    16,478
  • 등록일자
    2003-02-27
  환경부 가족 여러분!
저는 오늘 제 삶에서 가장 보람차고 영광스러웠던 시간을 마무리하는 자리에 섰습니다.
바로 이 자리에서 여러분과 처음 만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년 8개월이 흘렀습니다. 짧지 않
은 세월동안 일 속에 파묻혀 여한 없이 살았고 그 보람 또한 컸기 때문에, 이제 홀연히 떠나는 자리입니
다만 아무런 아쉬움이나 회한이 없습니다. 오히려 기대 이상의 기록을 남기게 된 것에 대해 저 자신 무
한한 감사의 마음입니다.
저는 이 자리에 오는 날부터 ''떠나는 날'' 생각을 했습니다. 언제건 떠날 때가 되었을 때 뒷모습이 당당
하고 아름다울 수 있기를 소망했습니다. 바로 그날이 오늘이고, 이보다 더 적당한 때를 택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축복이라 느낍니다.
돌이켜 보면, 처음 장관직을 맡게 되었을 때 기쁘고 영광스럽기보다는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일이 두
려운 건 아니었으나, 아무리 애쓴다 해도 환경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면서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우
리 국민이 느끼기에는 너무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더우기 오랜 교수생활을 비판받기보다는 항상 비판하는 입장에서 사반세기를 보내던 사람이 장관이
라는 ''어려운''자리에 옮겨 앉고 보니, 새로운 일터에 적응하는 일이 만만치 않아 보였습니다. 부임 당시
환경부 식구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회의적''인 시각을 느끼면서 솔직히 난감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처음 두어 달은 낯선 느낌으로 힘들게 보냈으나, 99년 가을 낙동강 대책의 정부안 수립에 매달려 연말
에 극적으로 타결지으면서 ''무슨 일이라도 풀 수 있을 듯한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99년부터 장관 업무
활동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으면서 여러 차례 개각에서 유임되며 김대중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하는
장관으로 물러나게 되니, 무한한 영광임과 동시에 이것이 결코 혼자의 힘이 아니라는 것을 절감하게 됩
니다.
교수 출신으로 행정의 아마추어를 뽑아 최장수 장관의 영예를 안겨주신 김대중 대통령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특히 언론계를 비롯하여 시민단체, 여성계, 학계, 문화계, 산업계, 지
역주민 등 모든 분들게 머리숙여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그동안 국민의 정부 각료로 일하면서
이리저리 부딪치게 되는 환경현안을 풀어가는 데 적극 협조해주신 국무위원 여러분, ''발목잡는'' 환경부
때문에 고생하신 정부부처와 산업계 여러분께도 너그러운 이해를 구합니다. 지난번 국회 마지막 상임
위에서 제게 과분한 칭찬과 격려를 보내주셨던 모든 위원님들께도 깊은 감사를 보냅니다.
저 자신은 교수시절에서 일터와 일의 성격이 바뀌긴 했지만, 합리성을 존중하고 크고 작은 일에 최선
을 다해 성실히 임한다는 것이 원칙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복합적이고 다원화된 시스템 속에서
개인의 능력만으로 뛰어난 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 뜻에서 밤낮없이 고생하면서
사명감과 열정으로 일해주신 여러분이 있었기에 오늘의 제가 있을 수 있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
다.
오랫동안 고락을 함께 했던 여러분과 이별하는 것이 얼마나 섭섭한가는 아마도 떠난 뒤에 더 절실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온갖 고생과 뜨거운 보람을 함께 하면서 동지로서 맺어진 끈끈한 유
대는 비록 물리적으로 장소를 같이 하지 않더라도 언제 어디서나 이어지리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에
게 받았던 성원과 지지의 무게가 그만큼 컸고, 기쁨과 애환의 기억이 그만큼 깊기 때문입니다. 환경부
의 전통 속에 우리 함께 한 날들의 소중한 추억과 성취가 길이 간직되고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돌이켜 보면 지난 3년8개월 동안 우리는 혼신의 힘을 다해서 참 많은 일을 했습니다. 저는 업무수행에
서 ''누가 무어라 하더라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반드시 하고, 해서는 안될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을 원칙으로 삼고 여러분의 판단과 능력을 믿고 존중했습니다. 그리고 저 자신을 여러분에게 무슨 이야
기든지 터놓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대가 되기를 희망했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는 그
동안 우리가 해낸 일이 말해준다고 저는 믿고 싶습니다. 난마처럼 얽힌 현안을 한올한올 풀어가면서 21
세기에 걸맞는 사전예방적, 통합적 환경정책의 새 틀을 짜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 우리 환경부의 팀워크
의 결실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저는 2000년 하반기부터 경제성장에 먹구름이 예상된다는 전망에 접하면서, 이 난국에서 환경정책의
위상을 어떻게 정립시킬 것인가에 고심했습니다. 위기를 기회를 삼는 구체적 전략이 필요하고, 환경 때
문에 경제가 죽는 것이 아니라 환경도 살고 경제도 살릴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
했습니다.  이러한 구도는 선진국에서는 이미 실현되고 있는 것이고, 이론적으로는 물론 실현가능한 것
이기 때문에 조속한 방향전환과 실체적 성과도출이 관건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리하여 열악한 환경용량과 경제난국이라는 악조건을 상쇄할 수 있는 사업으로서 에코-2 프로젝트
를 출범시켜 환경정책의 획기적인 전환점을 이룩하고 환경행정의 외연을 넓히고자 했습니다. 이런 배
경에서 2001년부터 출범한 에코-2 프로젝트에는 10년간 1조원 투입이라는 ''차세대 핵심환경기술개발사
업''이 포함되었고, 이 신규사업의 예산을 어렵게 확보하는 과정에서 국가연구개발사업 가운데 투자 대
비 성과가 가장 높은 모범사업으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이제 떠나면서도 저는 환경부가 이 약
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환경부 주관으로 처음으로 범부처  환경산업진흥정책을 마련해서 환경산업을 국가전략사업에
포함시켰고, 연평균 15%이상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환경시장을 중심으로 환경산업의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의 균형발전과 지역환경현안의 효율적 해결을 위해 전국에 16개 지
역환경기술개발센터를 설립하여 단기간에 쑥쑥 자라고 있는 것도 가슴 뿌듯한 보람입니다.
정책기조면에서는, 기존의 농도규제 중심의 사후처리 정책을 총량관리를 통한 사전예방 정책으로 전
환했고, 이것은 새로운 시대에 부합되는 새로운 정책의 틀을 짰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라 할 것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전국 4대강 수계 특별법 제정으로 사전예방적인 유역통합관리체계를 확립하고, OECD
국가중 최악인 공기오염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수도권대기질개선특별대책」을 마련하고, 온
갖 난간을 무릅쓰고 매연없는 천연가스버스(NGV)보급을 추진하고, 경유차 관련대책 등 민감한 현안을
실무적으로 마무리지었습니다.
가장 어려움이 큰 폐기물관리에 있어 원천감량과 재활용체제 정착을 위해 생산자책임재활용(EPR)제
도를 도입하였고, 최초의 「물절약종합대책」추진으로 4억톤 이상의 물 절약 성과를 일구어냈습니다.
그동안 부서 직원조차도 그 내용을 잘 알지 못했던 ''환경분쟁조정제도''가 크게 활성화되어 국민의 편에
서 ''아픈'' 부분을 해결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값진 성과라 하겠습니다.
이들 제도적 변화는 우리의 현실적 여건에서 수용이 결코 쉽지 않은 선진적인 것입니다만, 우리는 과
감히 도전했고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취약한 환경지속가능성 지수는 우리로 하여금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특단의 환경정책이 불
가피하다는 것을 깨우쳐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환경이 새로운 국제질서로 부상하고 있는 흐름 속에서 환경외교에 적극 참여해서 우리를 알리는 데
기여했던 것도 큰 보람입니다. 기후변화협약 등 지구촌 공동관심사의 해결에 능동적으로 대응키 위해
국제회의 참석과 교류 등 환경외교의 저변을 확대했습니다. 모범적인 지역협력모델로 평가받게 된 한·
중·일 환경장관회의 정례화를 통해 황사 등 동북아 환경현안에 국제기구의 동참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
한 일 등은 기억에 남는 소중한 결실입니다.
저는 이들 업무를 수행하면서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과 절차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믿음으로 일관
했습니다. 주체간, 부문간 갈등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현안을 풀어가는 데는 이해당사자는
물론 국민의 폭넓은 이해와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과정에는 단순히 전문성의 차원
을 넘어 통찰력과 조정능력, 정성과 끈기의 다양한 덕목이 필요합니다. 시민단체에 끌려 다닌다거나,
목소리를 안낸다거나, 사실은 은폐한다거나, 뒷짐지고 있다거나, 눈치를 본다거나 하는 이런저런 비난
에 접할 때는 곤혹스러움도 없지 않았으나, 흔들림없이 최선의 방법을 택해 최고의 성과를 얻어야 한다
는 신념으로 스스로를 채찍질했습니다. 때로는 고생해서 멀리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우리
는 그것이 지름길이라 믿고 일했습니다.
몇가지 대표적인 예로서 4대강 특별법 제정, 동강유역 생태계보전지역 지정, 국립공원 구역조정, 수돗
물바이러스 검출을 둘러싼 논쟁, 수도권대기질 개선대책 정부시안 마련, 경유차대책 수립, 환경월드컵
개최 등등 얽히고 설킨 민감한 현안을 해결할 때, 우리 환경부는 스스로 인내와 끈기를 시험하면서 끝
내 대화와 타협을 일구어냈고, 글자 그대로 민과 관의 파트너십이 빚어낸 값지고도 알찬 열매에 함께
기뻐했습니다.
21세기 새로운 문명으로 전환하는 격동기에 거의 4년간을 바람잘 날 없다는 환경부 장관 자리에서 일
하고 보니 소회도 많고 에피소드도 많습니다. 어찌 이 자리에서 다 말할 수 있겠습니까만, 고난은 그냥
지나간 것이 아니라 겸허함 속에 우리의 능력을 키워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환경부 위상이 높아졌다는
말씀을 들을 때 가장 기쁘고, 마치 훈장을 받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환경행정이 제대로 기능하
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에 의해 인류문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전 지구적 차원에서 주요정책의 기조가 바뀌어 경제·사회·환경의 세 축이 조화를 이루
고 통합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못하면, 개발과 보전, 경제와 환경 사이에서 서로 부딪치고 갈
등하면서 국가적, 지구적 에너지의 손실이 더 커질 것이고, 천문학적 예산투입과 장기적인 노력에도 불
구하고 문제는 더욱 꼬이고 사회통합은 더욱 어려워질 것입니다.
지속가능발전을 향한 각 부문의 의식 전환과 실천이 국민의 삶 속에서 착실히 자리를 잡게 되는 날,
환경부 직원들은 환경행정사의 지난날을 회고하면서 이런 ''옛 이야기''를 읽게 될 것입니다. 2000년대까
지만 해도 환경부는 정부부처 사이에서는 ''환경부가 브레이크를 걸어서, 되는 일이 없다'', 또 다른 쪽에
서는 ''환경부가 브레이크를 제대로 못밟아서 망치고 있다''라고 비난받으면서 분열증적 증세에 시달렸
다 라고. 그날이 언제가 될 수 있을까요.
그러나 그날이 오기까지 환경행정을 둘러싼 이상과 현실의 벽을 깨기 위한 노력은 더욱 정성스럽게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총론과 달리 각론에 들어가면 아직 우리의 의식 속에는 ''개발우선''의 신화가 자
리하고 있고, 환경의식이 자라나는 가운데 그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환경의 질
에 대한 국민의 기대수준이 날로 높아지면서 환경행정수요는 더욱 증대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야할 길은 멀고 험합니다. 우리 환경부 사람들은 관련주체들을 더욱 이해시키고 설득시켜
협력을 이끌어내는 일을 누구보다도 유능하게 해내야 할 것입니다. 그동안 공들여 쌓아온 녹색 가버넌
스(Governance), 참여 가버넌스의 좋은 모델을 확산시켜 환경선진국 진입을 실현시켜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해낼 수 있습니다. 지금껏 이룬 성과를 바탕으로 항상 겸손하면서 당당하고, 따뜻하면서 냉철
하고, 열정적이면서 논리적으로 여러분에게 주어진 사명에 충실하십시오. 상충적으로 보이는 ''가치''(환
경과 경제)를 조화시키고 통합시키는 것이 여러분의 임무가 아니겠습니까.
저는 오늘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서 일했고, 지금 물러나면서 빛나는 졸업장을 받은 것 같아 참으로 가
슴 뿌듯합니다. 우리의 노력과 정성이 이처럼 풍성한 결실을 맺고 영광스런 평가를 받은 것은 어쩌면
우리 팀의 3년간 성적표가 아니겠는가 생각되어, 미흡함이 많다는 걸 잘 알면서도 쑥스럽게도 무작정
자랑스럽습니다. 국민의 정부 들어 법적 근거에 의해 처음 실시했던 ''정부업무평가''에서 환경부가 2년
연속 최우수부처로 선정된 것은 음지에 햇빛 든 것처럼 환경행정의 앞날을 환히 밝혀줄 것이라 믿습니
다. 저는 이제 떠납니다만, 여러분은 이제 그 영예를 더욱 승화시켜 반드시 환경부를 가장 앞서가는 정
부부처로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헌신과 열정'', ''전문성과 협상능력'', ''정직과 성실성''을 계
속 가꾸고 키워 나가십시오. 그렇게 무장함으로써 여러분 앞에 놓인 수많은 난제를 풀어가야 합니다.
이제 저는 오늘로 정든 환경부와 이별합니다. 지금 이시간 이렇게 몸은 떠나도 마음 한 부분은 여기
남을 것입니다. 환경부 장관으로서 소신껏 일하고 주위의 광범위한 도움에 힘입어 여러분과 함께 일구
어낸 결실, 그리고 우리가 공유했던 경험과 가치, 긍지와 자부심은 평생 제 인생의 소중한 자산이 되어
삶을 풍요롭게 하리라 확신합니다.
그 동안 밤을 낮 삼아 공휴일도 없이 묵묵히 일해 준 여러분을 보면서 저는 공직사회, 관료사회의 든
든한 저력을 느꼈고 감동했습니다.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거기서 나온다는 확신을 갖고 저는 이 자리를
떠납니다. 그동안 일하면서 저의 엄격한 기준 때문에 혹시라도 여러분의 마음에 상처를 주거나 아프게
한 일이 있었다면 용서해주십시오. 그러나 제 자신에게도 엄격했다는 것을 이해해주신다면, 그리고 사
사로운 마음이 아니라 우리의 맡은 바 본분을 더 잘 하기 위한 충정이었다는 것을 이해하신다면 여러분
의 섭섭함은 달래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나 좋은 인연으로 남기를 기원합니다.
만남이 있었기에 이제 헤어짐이 있고, 삶의 순리대로 우리는 작별을 합니다. 10년쯤 지나서 누가 가장
성실한 삶을 살았는지 내기를 할 것을 제안하면서 떠납니다.
제가 없더라도 ''술 조금 마시라''던 저의 말은 기억해주십시오.
여러분 부디 건승하십시오.
그 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03. 2.  27.
환경부장관   김  명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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